맥주하면 독일을 떠올리지만 중부 유럽의 맥주 강국으로 체코를 빼놓을 수 없다. 중부유럽에서 가장 많은 맥주를 생산할 뿐 아니라 연간 1인당 소비량은 유럽 전체에서 단연 으뜸이다. 하지만 단지 수치만으로 체코를 맥주 강국이라 말하는 건 아니다. 체코에서 보헤미아와 모라비아 지방의 맥주 양조의 역사는 13세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13세기 바츨라프 2세의 치세동안 광업의 발전과 풍족한 은을 바탕으로 보헤미아 곳곳에 도시들이 건설되면서 맥주 양조 역시 활발해지는데 정착민들에게 자치권과 함께 양조권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1526년부터 1918년까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를 받은 것도 이 지역의 맥주 전통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웃한 슬로바키아 지방이 헝가리의 지배를 받으면서 포도주를 즐겨 마시게 된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양조업자들 사이에서 아로마 호프의 최상품으로 통하는 자쯔 역시 이 지역의 산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맥주 양조의 과거와 현재에서 체코를 지울수 없게 하는 것은 세계 최초의 옅은 황금색 라거인 필스너와 관련이 있다. 옅은 황금색 라거는 오늘날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1842년 이전에는 라거 맥주하면 짙은 갈색의 맥주를 의미했다. 체코 플젠에서 탄생한 최초의 황금색 맥주, 필스너가 일으켰을 대중의 방향을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더군다나 뮌헨에서 개발된 짙은 갈색의 라거 맥주마저 당시로선 독일 바깥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선망의 대상이었음을 생각하면 필스너의 등장이 준 충격은 혁명과 맞먹는 것이라 할 만하다.
필스너, 말 그대로 “플제니 또는 필젠에서 만든 맥주” 역시 뮌헨 스타일의 라거 맥주를 모방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창조되었다. 이 맥주를 만든 시민양조장(Burghers brewery)의 요제프 그롤(Joseph Groll)도 독일 필스호펜 출신의 양조장이로 뮌헨 라거를 만든 경험이 있었다. 많은 역사적 사실들이 그러하듯 우연과 필연의 절묘한 결합이랄까. 애초에 만들려고 했던 것은 짙은 갈색의 라거였는데 나온 것은 전혀 새로운 것이었던 것이다.
플제니에서 만든 맥주가 뮌헨 맥주와 다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우선 원료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단백질이 적은 모라비아의 보리, 경도가 낮은 플제니 지방의 용수는 은은한 호박색의 맑고 깨끗한 맥주를 만드는데 적합했다. 거기에 시민양조장을 직접 설계한 마르텔 스텔쩌(Martel Stelzer)가 영국을 방문했을 때 가져온 새로운 몰트건조기의 역할이 더해졌다. 새로운 몰트건조기는 나무대신 코크스를 사용했고 이는 페일 몰트(Pale malt)의 생산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뮌헨에서 제들마이어(Sedlmayr)가 개발한 짙은 갈색의 맥주가 라거 혁명의 시작이었다면 플제니의 필스너는 그 혁명의 끝, 라거의 완성이라 할 수 있다.
보헤미아는 한때 오스트리아 제국의 일부였다. 그리고 체코인들은 아주 싫었겠지만, 독일어가 공식 언어였다. 독일어를 쓰는 나라들은 도시 이름 끝에 ‘–er’을 붙여서 원산지를 표시하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프랑크푸르터 소시지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온 것이고 함부르거는 함부르크에서, 부드바이저(Budweiser) 맥주는 부드바이스에서, 필스너 맥주는 필젠에서 온 것이다.
원산지를 뜻하는 필스너는 체코인들에게 포도주의 원산지 이름을 통제하는 프랑스의 아펠라시옹 콩트롤레(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필스너의 폭발적인 인기는 다른 지역의 양조업자들이 그 이름을 사용하도록 했고, 많은 경우 스타일과도 무관하게 함부로 사용했다. 이에 1898년 시민양조장은 자신의 맥주를 필스너 우르퀠(Pilsner Urquell)로 등록했다. 필스너의 오리지날을 의미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때늦은 조치였다. 전세계의 양조업자들은 이미 너도나도 자칭 필스너 또는 흔히 필제너(Pilsener)라고 부르는 맥주를 만들고 있었다.
결국 이름을 둘러싼 분쟁은 법정 소송으로까지 발전한다. 1890년 라인란트 비트부르크(Bitburg)의 지몬 양조장(Simon brewery)은 새로운 양조장을 짓고 코펜하겐 칼스베르크 연구소에서 완성된 최초의 순수 효모를 이용해서 라거 맥주를 개발했는데, 1908년 ‘오리지날 지몬브로이 도이치 필제너’를 출시한다. 필젠 양조업자들은 필제너라는 말의 사용을 막기 위해 법정 소송을 걸었다. 결과는 무승부였다. 쾰른의 고등법원은 1913년 필제너가 아펠라시옹이라기보다 하나의 스타일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법정은 필젠산이라는 암시를 주지 않도록 모든 독일의 양조업자들이 라벨과 광고에 맥주를 원산지를 명시하도록 요구했다(eg. Bitburger pilsener).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대부분의 독일 양조업자들은 용어를 단순히 필스(Pils)로 줄여 썼다. 필젠산 맥주와의 혼동을 가급적 피하려는 양조업자들 스스로의 양심적인 조치였다.
쾰른 고등법원의 판결로 오늘날엔 필스너 우르퀠과 강브리누스(Gambrinus)와 같이 플제니에서 직접 생산된 맥주만이 필스너라는 이름을 상표로 사용할 수 있다. 쾰른의 판결은 아펠라시옹과 스타일의 현실적인 절충이라고 할 수 있다.
체코 맥주의 유명세에 따른 분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필스너와 함께 체코 맥주를 대표하는 부드바이저 부드바(Budweiser Budvar) 역시 세계에서 가장 큰 양조업체인 미국의 앤하우저 부쉬(Anheuser-Busch)와 힘겨운 싸움을 치루고 있다. 버드와이저를 각 나라마다 먼저 브랜드(Brand) 등록함으로써 앤하우저는 부드바가 부드바이저라는 원산지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부드바이저 양조장은 체코 자유화 이후에도 국영기업으로 남아 있다. 인터부루(Interbrew)와 SAB밀러와 같은 외국의 거대기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이다. 부드바이저는 체코인들에게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다(현재 필스너 우르퀠은 SAB밀러, 프라하의 스타로프라멘은 인터부루 소유이다.).
체코 맥주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체코에 가서 바(Bar)나 레스토랑에 앉아 저온살균되지 않은 드래프트 형태로 즐기는 것이다. 그곳에선 또한, 19세기 옅은 색(Pale) 맥주 혁명보다 수세기 앞선, 다크 라거의 예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체코하면 필스너 우르켈이겠지만... 그마저도 여행다녀와서 알게된 사실이다. 직접 여행해보면 엄청나게 많은 맥주가 있다. 그중에 이 코젤은 작년 여름 체코에 처음가서 첫 점심에서 피자와 함께 먹었던 코젤 꼬젤~ 흑맥주... 정식이름은 벨코포포빅키 코젤다크 한국에 정식수입되고 있었다. 체코에서 1300원정도 였는데. 홈플러스에 4080원에 팔고 있었다. 허거걱~ 그래도 1년전 여름을 추억하며 2병을 사서 집에서 하나 마셨다. 체코에서 먹던 맛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에서의 스타우트의 씁쓸한 흑맥주가 아니라 약간의 달콤한 흑맥주 맛이 기억난다.
코젤은 체코산 흑맥아가 주원료로 올해의 흑맥주상을 7회 수상한 체코 최고의 흑맥주 브랜드라고 한다. 코젤은 생산지가 체코의 벨케포포비체 지역이라서 원래 이름이 저렇게 붙었다고. 마스코트 염소는 체코에서 도수가 높은 맥주던가(?) 질좋은 맥주던가(?)를 염소에 비유한 이름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코젤이 체코어로 숫염소라는 뜻이란다. 그리고 코젤 흑맥주는 체코 여성들이 즐겨마신단다. 가슴이 커진다나 뭐래나. 속설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딸기우유 마시면 커진다고 --;; ㅎㅎ 이건 여담이고. 코젤 맥주 제조공장에 가면 실제로 염소를 키우고 있다고도 한다. 여행이 아니었다면 내가 이걸 어떻게 알아겠느뇨~~~ 여행이 견문을 넓혀준다는 말... 정말 공감하고 있다.
- 2013년 7월 7일 김해시 삼계동 푸르지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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