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오만때만

김초엽 단편소설 모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하쿠나마타타 2020. 9. 3. 21:12

 

김초엽 단편소설 모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내가 의도적으로 빌린 책은 아니고 아내가 빌려놓았길래 그냥 읽어봤다. 다 읽고 나서 보니 한도시 한 책 읽기 사업 2020년 김해시 올해의 책 대표도서 라고 표지에 있었다. 누워서 보는 독서대 g2에 책을 끼워서 보니 독서대에 책을 한번 끼우면 빼낼때까지 책 표지를 다시 볼 일이 없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은SF 단편 모음 소설집이다. 단편이고 SF소설이다 보니 인물과 인물간의 관계나 이야기나 사건 갈등 등의 얽힘은 적은 편이고 그 보다는 주제의 독특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좀 이야기에 빠져들만 하면 이야기가 끝나는... ㅎ그래도 뭔가 의뭉스러운 출발로부터 차차 뭔가가 풀어져 가는데 그 풀어져 가는 것이 정말 독특한 발상이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은 총 7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책이다. 

■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지구에는 우리와 완전히 다른 충격적으로 다른 존재들이 수없이 많겠지. 이제 나는 상상할 수 있어. 지구로 내려간 우리는 그 다른 존재들을 만나고, 많은 이들은 누군가와 사랑에 빠질 거야. 그리고 우리는 곧 알게 되겠지. 바로 그 사랑하는 존재가 맞서는 세계를. 그 세계가 얼마나 많은 고통과 비탄으로 차 있는지를. 사랑하는 이들이 억압받는 진실을."

"그때 나는 알았어.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

 스펙트럼

"처음으로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깔개 위에 몸을 뉘었을 때 희진은 문득 울고 싶었다. 고작 그 정도의 말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를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는 사실을 예전에는 몰랐다."

■ 공생가설

"우리가 인간성이라고 믿어왔던 것이 사실은 외계성이었군요."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계산기를 두드려 본 우주 연방이 통보한 것이지. 슬렌포니아의 인구는 이미 독립적인 행성 국가를 유지하기에 충분하다. 더 이상의 우주선을 보낼 필요도, 경제성도, 에너지도 없다."

■ 감정의 물성

"소비가 항상 기쁨에 대한 가치를 지불하는 행위라는 생각은 이상합니다. 어떤 경우에 우리는 감정을 향유하는 가치를 지불하기도 해요. 이를테면, 한 편의 영화가 당신에게 늘 즐거움만을 주던가요? 공포, 외로움, 슬픔, 고독, 괴로움... 그런 것들을 위해서도 우리는 기꺼이 대가를 지불하죠."

관내분실

"엄마의 과거를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직장에 다니고 어딘가에 소속되어 그녀의 이름이 쓰인 무언가를 만들었으리라는 생각도. 지민이 알던 엄마는 언제나 집 안에서 무기력한 얼굴을 한 모습이었으니까. 하지만 왜 몰랐을까. 당연한 일이었다. 은하에게도 지민을 낳기 전의 삶이 있었을 것이다. 아이라는 족쇄에 아직 걸리지 않았던 때. 그리고 어쩌면, 엄마의 진짜 삶을 가졌던 때가.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재경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데 사람들은 재경을 닮은 다른 약한 사람들을 난도질하고 있었다. 이래서 결함이 있는 존재를 중요한 자리에 올리면 안된다고. 표준인간의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비난들은 분명 재경의 잘못은 아니었다. 어떤 사람의 실패는 그가 속한 집단 전부의 실패가 되는데 어떤 사람의 실패는 그렇지 않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책인데 다들 아주 깜짝 놀랄 정도의 생각을 책속에 녹여놨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작가의 기발한 상상이 놀랍다. 그런데 작가는 아직 30세도 되지 않은 사람이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글쓴이는 93년생. 이름도 한 번 들으면 딱 각인된다. 김초엽. 우와.... 진짜 어리다. 저 나이에 소설속의 주제들을 생각하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저 사람은 도대체 뭐지? 어릴때 엄청난 독서광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포스텍 화학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생화학 석사까지....  김초엽 작가의 어머니는 시인, 아버지는 음악가이자 바리스타라고 한다. 이런 편견을 가지면 안되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누구나 역시 그렇군.(역시 그런 집안이었어)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저의 아버지는 농부이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도우는 농부입니다. 이러면 사람들의 반응은? 속으로 뭐~~~~어~~~~~~? 사람이 그런 것 같다.

 

- 2020년 9월 3일 김해시 삼계동 삼계아이파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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