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오만때만

드론으로 농약 살포 장면을 봤다.

☞하쿠나마타타 2020. 9. 1. 20:21

세상이 참 빠르게 발전한다. 내가 중학교때까지 창원시 대산면에 살면서 우리집에서도 농사를 지었다. 벼농사, 안개꽃, 수박 등의 농사를 지었다. 벌써 25년전 쯤의 일인데 그 당시 벼키우는 논에 농약을 치려면 이동겸 펌프 역할을 해줄 경운기가 있어야 하고, 농약 붓고, 물희석시켜야 하니 시커멓고 커다란 고무 대야가 필요하고, 그 농약을 논에 살포해야 하니 노란색 튼튼한 줄과 줄 끝에는 농약을 미세하게 나가게 하는 쇠로된 분무기 역할을 하는 그것이 있어야 했다. 

나도 일꾼이라고 그 당시 농약치는 줄 당겨주러 아빠, 엄마 따라 갔었다. 논에 물이 찰랑찰랑 있으면 줄이 그 물에 떠서 가기 때문에 줄 당기기가 훨씬 수월했고, 물이 없으면 힘들었다. 무엇보다 땡볕 아래 서있는 것이 힘이 들었다. 그때 아빠가 앞장서서 들어가면서 농약을 살포하면 거기서 튀어나오는 해충을 먹겠다고 잠자리와 제비가 엄청나게 많이 왔었다. 초등학생 5~6학년 시절이었지 싶은데 일 따라나오면 너무 지루해서 쉬는 시간엔 그런 모습을 지켜 보았는데 머릿속에 선명하게 각인이 되어 있다. 아빠, 엄마, 나 이렇게 3명이서 논 몇 구역 농약 치려면 뜨거운 날 하루종일이 걸렸다. 논이 많으면 하루만에 안되겠지. 그때 우리논에 농약 치는데 한달 정도 걸렸다면 내가 이렇게 안 산다. ㅋㅋ

처가인 산청에 와서 데크에 누워서 물소리 들으면서 구름을 감상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가 나서 보니 드론으로 농약을 치고 있었다. 우와~ 이건 정말 혁명이었다. 그 넓은 논을 뭐 단 10분만에 그것도 사람 1명이 와서 노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조종을 하고 있었다. 예전에 헬리콥터처럼 생긴 것으로 농약 살포 하는 것을 봤었는데 오늘 본 것은 완전 드론 모습이었다. 

그 넓은 논을 10분만에 농약 다 치고 드론은 1톤 트럭 짐칸에 싣고 유유히 사라졌다. 드론이 날아다닐때 보다 1톤 트럭에 실린 걸 보니 1톤 트럭 짐칸의 절반 정도를 꽉 채울 만한 크기로 제법 컸다. 

장인어른께 말씀드리고 감밭에도 드론으로 농약치면 안되냐고 여쭈어 보니 감나무는 잎 뒷면에 농약살포가 이루어져야해서 드론으로 공중에서 살포하는 방식으로는 어렵다고 하셨다. 땅에서 하늘쪽으로 쳐 올려야 하는데 드론은 반대이다. 

- 2020년 8월 30일 산청군 신안면 외고리 숲사랑농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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