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생태/기타

불쌍한 꿀벌들

☞하쿠나마타타 2016. 9. 20. 14:07

  5일간의 추석연휴. 벌통을 혼자 놓아두고 가서 걸리긴 했지만 - 작년과 비교해 볼때 작년에는 8월 중순경 장수말벌들이 와서 수없이 괴롭혔는데. 올해는 아직까지 한번도 오지 않아서 - 비교적 안심을 하고 갔다. 말벌 방지망도 8월 중순경 쳐놓았지만 장수말벌이 오지 않아서 떼어내 버렸다. 외국에서 건너온 말벌인 등검은 말벌도 작년에 비하면 개체수가 상당히 줄었다. 띄엄 띄엄 오는 수준. 그래서 안심을 연휴 5일을 보내고, 출근하고 바로 벌통에 갔는데~ 허거덩~ 소문앞에 벌이 하나도 나와있지 않았다. 분위기가 쌔~ 하더니 소문 밑에 꿀벌들의 녹아내린 시체. 벌통을 발로 차니 장수말벌들이 하나둘 기어나온다. 아~ 한마리도 안남았겠구나. 생각이 들고, 잠자리채를 들어 장수말벌 2마리를 잡아 쥐잡이 찍찍이에 붙여 놓았더니 오후되니 이렇게나 많이 붙어있다.

  벌통안에 소비 5장에 벌이 붙어있었다. 소비한장의 양면은 6000여개의 방이 있고, 3분의 1정도가 저밀. 나머지방에서 벌이 태어난다 가정하면 4000마리가 태어난다. 한장에서 태어난 이벌이 소비에 붙을려면 2장벌이 된다. 즉 소비한장에 약 2000마리가 붙으면 소비가 육안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 소비면 위로 벌이 붙을 정도로 밀집되면 약 3000마리 정도. 이벌을 절반으로 생각하면 1500마리는 소비가 군데 군데 보일정도. 대략 가늠하면 꿀벌 1만마리가 있었는데 장수말벌 15마리 정도가. 흑흑. 정말 안타깝다. 꿀벌들. 불쌍해라. 나도 힘이 싹 빠진다. 작년 여름에도 4일 비우고 출근한 날 아침 봤는데 장수말벌들이 입성하기 바로 전 단계에 내가 구했는데 올해는 장수말벌들이 벌통안에 들어가 애벌레까지 파먹었을 것 같다. 어휴. 작년에 가져와서 1년 넘는 시간을 재밌게 보냈는데. 진짜 아쉽네. 지금 시기에 벌을 가져오기도 그렇고. 올해는 끝내고, 내년에 학교로 복귀하면 교장 선생님과 협의하여 학교 옥상에 시도를 한 번 해볼까 한다. 무서운 장수말벌들.

 

 

- 2016년 9월 19일 창녕군 유어면 우포생태교육원에서...

 

 

  어제는 벌통을 살짝 열어봤는데 장수말벌이 벌통안 소비 사이를 마구 누비고 다니고 있어 다시 닫았다. 그대신 위 사진처럼 쥐잡는 찍찍이를 놓아두었다. 오늘 가보니 20마리 이상이 찍찍이에 붙어 있었다. 장수말벌 이녀석들 보니 봉판이 만들어진 번데기는 꺼내먹지 않고, 애벌레는 대부분 다 꺼내먹은 듯하다. 그리고 벌통안에 꿀벌 사체가 한마리도 보이지 않아 신기했다. 다 잡아간건가. 장수말벌 이녀석들 정말. 너무하네.

  작년부터 정말 애지중지 관리했는데 아쉽네. 학교 양봉이 과연 가능할까. 의문스럽다. 소비를 꺼내서 참사의 현장을 직접 보니 더 가슴아프네.

  말벌방지망을 쳐놓고 갈까 고민하다 올해는 장수말벌이 한번도 오지 않아서 치지 않고 그냥 왔더니 이 사태가 났다. 흑~ 방지망이라도 쳐 놓았으면 괜찮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

 

 

 

- 2016년 9월 20일 창녕군 유어면 우포생태교육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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