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생태/식물

씨앗의 이동

☞하쿠나마타타 2015. 3. 3. 13:48

씨앗의 여행
 

 

모든 식물들은 이 세상에 살아 남기 위해 온갖 지혜를 다 모은다. 그 중의 하나가 씨앗 퍼뜨리기이다. 식물들은 씨앗 속에 현재 자신의 모습은 물론 앞으로 변했으면 하는 모습까지도 함께 담아서 이 세상에 자신을 살아 남게 하기 위해 애쓴다.

 

도시의 한복판 돌계단 틈새를 비집고 오동나무가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은 바람을 타고 날아온 씨앗이 그 자리에서 싹을 틔웠기 때문이다. 만약 사람이 나무를 없애기 위해 뽑을라치면 나무는 기어이 뿌리의 한 부분이라도 흙 속에 박고 놓지 않는다. 그리하여 남은 뿌리에서 다시 싹을 틔워 자라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무는 사람이 다시 뽑아내기 전에 얼른 자라려고 안간 힘을 다한다. 사람의 키만큼만 자라버리면 사람들도 어쩔 수 없어 한다는 것을 나무는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무는 사람이 손대지 못할 정도로 빨리 크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오동나무는 자신의 씨앗을 바람에도 날려보내고 물에도 띄워 보낸다. 그래서 씨앗이 매우 작다. 또한 살아 남는 씨앗이 적기 때문에 숫자를 많이 만들어 퍼뜨릴 수 있는 데까지 가능한 한 많이 퍼뜨린다.
 
식물들이 씨앗을 퍼뜨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식물들이 택한 방법으로 가장 먼저 들 수 있는 것은 동물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이는 자기 자신이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이동할 수 있는 동물들을 이용하여 씨앗을 퍼뜨리는 방법이다. 동물을 이용하여 퍼뜨리는 방법을 동물산포(動物散布)라고 한다. 동물산포는 다시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 하나는 동물들에게 자신의 열매를 먹여서 퍼뜨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동물의 몸에 매달려 멀리 이동하게 하는 방법이다.


식물들은 자손의 번성을 위해 자신의 일부가 동물들에게 먹히는 것까지도 기꺼이 허락한다. 새들은 나무 열매를 따 먹고 먼 곳으로 날아가 똥을 누게 된다. 이 때 몸 속에 들어있는 씨앗은 그 자리에서 새의 똥을 거름으로 하여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게 된다. 그래서 대개의 나무들은 그 열매의 크기를 새들의 입에 알맞게 만들어서 매달고 있는 것이다. 조구나무는 참새나 박새들의 입 크기에 알맞은 크기의 열매를 매달고 이팝나무는 산까치나 비둘기의 입 크기에 알맞은 크기의 열매를 매단다. 그것은 조구나무는 이팝나무에 비해 키가 낮아서 참새들이 많이 앉는데 비해, 이팝나무는 키가 커서 비둘기 만한 새들이 주로 앉기 때문이다.


겨우살이와 같은 기생식물은 자신의 씨앗을 먹은 새가 다른 나무 가지에 앉아 똥을 누게 되면, 그 나무 껍질에 그대로 뿌리를 내리고 자라서 열매를 맺는다.
감이나 복숭아 같은 것은 사람이 먹기 좋도록 주먹만한 크기에 단맛이 나는 과육까지 갖추고 있다. 사람이 즐겨 따 먹어야 씨앗이 널리 퍼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식용되는 다육과에는 이밖에도 포도, 귤, 사과, 배 등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과일이 포함된다.


동물산포의 또 다른 방법은 동물들의 몸에 붙어서 퍼져나가는 것이다. 도깨비바늘이나 도꼬마리, 도둑놈의갈고리풀 등의 씨앗은 지나가는 동물의 몸에 붙기 쉽도록 갈고리가 있거나 끈적거리는 액체를 씨앗에 묻히고 있다. 이러한 씨들은 지나가는 동물의 몸에 붙어 먼 곳까지 가서 그곳에 새로 싹을 틔우고 자리를 잡게 된다.

 

다음으로 들 수 있는 것은 씨앗을 바람에 날리는 방법이다.
단풍나무나 소나무는 자신의 씨앗이 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씨앗에 날개를 달고 있다. 이러한 나무들은 바람이 불 때를 기다렸다가 자신의 씨앗을 바람에게 맡겨버린다. 민들레와 할미꽃도 자신의 씨앗에 털을 달아 날아가기 쉽도록 하고 있다. 이런 씨앗들은 아주 작고 가볍게 만들어져 있다.


이끼나 고사리 등도 씨앗을 마치 먼지처럼 아주 작게 만들어 역시 바람에 날리는 방법을 쓰고 있다. 그래서 이끼나 고사리는 물기가 많은 날에는 씨앗 주머니를 잘 터뜨리지 않는다.


늦은 봄 버드나무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흰솜뭉터기도 마찬가지이다. 그 솜뭉터기를 사람들은 꽃가루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은 꽃가루가 아니고 씨앗을 담고 있는 요술 양탄자 같은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버드나무는 그 흰솜뭉터기 속에 자신의 가느다란 씨앗을 담아 바람을 힘을 빌려 멀리멀리 보내는 것이다.
바람을 이용하여 씨앗을 퍼뜨리는 방법을 풍산포(風散布)라고 한다.

 

자신의 껍질을 세게 터뜨려 씨앗을 멀리 나가게 하는 방법도 쓴다. 봉숭아나 괭이밥은 씨앗이 익으면 맑은 날을 골라 껍질을 순식간에 터뜨린다. 봉숭아와 괭이밥은 씨앗이 멀리 튀어나가게 할 요량으로 껍질의 모양을 처음부터 활처럼 휘게 만들어 탄력을 높이고 있다. 그리하여 껍질을 터뜨렸을 때에 씨앗이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괭이밥은 열매 껍질이 터질 때에 제법 ‘틱틱’하는 소리까지 낸다. 이것은 열매가 터질 때에 받은 탄력 때문에 나는 소리이다.


제라늄, 유채 등도 이 방법을 쓰고 있다. 가래나 빗풀, 물질경이 등도 비가 내리면 그 충격을 이용해 주머니를 터뜨리고 씨앗을 밖으로 내보낸다. 알맞은 습기가 있어야 씨앗이 싹틀 수 있으므로 비가 올 때에 주머니를 터뜨리는 것이다.


  이처럼 열매가 익은 후 열매 자체의 힘에 의해 껍질을 터뜨리고 씨앗을 밖으로 내보내는 방법을 열개압출산포(裂開壓出散布)라고 한다.

 

물에 떠내려보내는 방법도 쓴다.


보통 플라타나스라고 많이 불리는 버즘나무는 겨울 동안 씨앗을 탁구공처럼 뭉쳐서 매달고 있다가 이듬해 봄이 되어 비가 내리면 비로소 열매를 풀어버린다. 버즘나무 열매 속에는 수백 개의 씨앗이 뭉쳐져 있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열매를 집합과(集合果)라고 한다. 버즘나무는 자신의 씨앗이 물에 가라앉지 않도록 하기 위해 씨앗에 솜털을 붙여 두는 것을 잊지 않는다. 마침내 버즘나무 씨앗은 빗물을 타고 흘러가다가 물이 고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싹을 틔운다. 만약 자리 잡은 곳에 물기가 충분하지 않으면 다시 바람을 타고 날아가기도 한다.


열대 지방의 야자도 물에 떠내려보내 자신의 씨앗을 퍼뜨리는 식물에 속한다. 야자는 자신의 씨앗이 바로 물에 떨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가라앉지 않도록 두꺼운 섬유질로 열매를 만든다.
수레바퀴 밑에서도 꽃을 피운다 하여 차전자(車前子)로도 불리는 질경이도 자신의 씨앗을 물에 떠내려보내어 번식시킨다. 질경이 씨앗은 물에 잘 뜨도록 씨앗이 작을 뿐만 아니라 씨앗 표면에 기름기를 발라두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길 위쪽에 질경이가 한 포기 있으면 머지 않아 길 아래쪽이 모두 질경이로 덮이게 되는 것이다.


모감주나무도 자신의 씨앗을 풍선처럼 생긴 꽈리 속에 넣어 매단다. 열매가 익으면 꽈리 채로 떨어뜨려 물에 띄워 보낸다. 우리 나라 황해안에 모감주나무 숲이 많은 가장 큰 이유는 중국에서 바다를 타고 건너온 모감주 열매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와 같이 물에 떠내려 보내는 방법을 수류산포(水流散布)라고 한다.

 

또한 열매가 구형인 식물의 종자는 땅에 떨어져 굴러서 널리 퍼지게 되는데 이러한 종자 산포 방법을 낙하활주산포(落下滑走散布)라고 한다. 도토리나 솔방울 열매가 대표적인 예이다. 솔방울은 자신의 열매에 날개를 달아 바람에 날리기도 하지만 솔방울에 넣어 아래쪽으로 굴리거나 물에 떠내려보낸다.


또한 도토리는 중간피의 성질을 떫게 만들어 떨어지자 마자 다람쥐나 토끼들이 먹는 것을 막고 있다. 그리하여 다람쥐는 도토리를 물어다가 떫은 맛이 없어질 때까지 낙엽 속에 감추어 두게 된다. 도토리가 싹이 틀 때쯤이면 떫은 맛이 없어지는데 다람쥐가 다시 찾아내지 못한 도토리는 싹을 틔워 큰 나무로 자라게 되는 것이다.

 

또한 식물들은 씨앗을 퍼뜨리되 그 계절을 달리 하고 있다.
포플러, 버드나무, 버즘나무, 느릅나무 등은 봄과 여름에 씨앗을 퍼뜨리고, 물푸레나무, 낙엽송, 호두나무, 젓나무, 자작나무 등은 가을이나 겨울에 씨앗을 퍼뜨린다. 소나무나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등은 1년만이 아닌 이듬해 가을이 되어야 비로소 열매를 떨어뜨린다. 우리가 흔히들 희말라야시다라고 부르는 개잎갈나무는 3년째 가을에야 비로소 열매를 터뜨리고 씨앗을 밖으로 내보낸다. 식물에 따라서 열매를 만드는 기간도 다르고, 퍼뜨리는 시기도 이처럼 다르다. 그것은 그만큼 정성껏 열매를 만들고, 언제 퍼뜨리는 것이 가장 좋을 지 기회를 보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식물들은 이와 같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씨앗을 퍼뜨리고 있다. 지금도 식물들은 자신의 씨앗을 퍼뜨리기 위해 더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다. 식물들은 죽어가면서도 자신의 열매만은 남기고 그것을 널리 퍼뜨리고자 애를 쓴다. 식물들이 이처럼 자신의 씨앗을 만들어 널리 퍼뜨리고자 애쓰는 것은 씨앗 속에 자신의 희망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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